28일 후
2011-11-04라지만 사실 삼주하고 이틀, 즉 23일 되었다… 맙소사. 얼마 안 되었구나. 백만년은 지난 것 같다.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 취직을 했고, 서울에 왔고, 또 고시원에 들어왔다. 오늘은 이 치료도 했지. 다음주 월요일에도 갈 거야. 또. 고시원은 정말 살기 힘들다. 이 무기력감은 참을 수가 없어. 군대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밤새워 일하는 거였지만… 지금은 내가 그런 물건이 되는 기분이다. 독방에 같히고 멀쩡한 인간은 대단한 거구나. 스무 살 때는 정말 관에 누워 있다는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시체같다. 그 때 고시원을 잡은 게 첫 대학생활 실패의 원인이었을지도 몰라. 생각해보면 그 때는 정말 한 게 없거든. 그나마 거길 나오고 나서는 홈페이지도 만들어보고 글도 좀 써 보고 했지. 나는 생각보다 공간에 민감한 인간이었구나. 이제야 알았네. 하긴 전에도 내 적정대화 거리를 십센티 정도 침범한 아가씨한테 넘어간 기억이 나는군. 이래서 사람은 실수를 되풀이하는가. 여하튼 그렇다고. 의욕을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