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름

2011-02-02

나는 인간관계에 서투르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서툴러지는 것 같다. 특히 문제를 처리하는 방법에 있어서 더 그렇다. 나랑 언성을 높여서 싸웠던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지금까지 한 손에 꼽을 정도? 가족을 빼면 지금 기억나는 게 네 명 정도 되는군. 그 중에 하나는 아예 연을 끊었고, 하나는 한 2-3년간 말을 안 하고 지냈다. 아, 나한테 그냥 화를 내고 내가 비는 경우는 제외. 특히 내가 뭔가를 잘못했을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가 그리 기민하지도 않아서 패닉에 쉽게 빠지는 탓에 계속 빌고만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능하면 이른바 정치적으로 올바른 선택만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걸 피하려고. 그런데 나는 그리 도덕적인 인간은 아니고 쾌락지향의 인간이기 때문에 그리 올바르게 살게 되지는 않는다. 그러니 당연히 사과할 일이 자꾸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오늘도 일이 손에 안 잡혀서 깨작깨작하고 있다가 마침 연락이 닿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조언을 듣고 결론을 내렸다. Let it be. 그 쪽도 나름의 입장이 있을 거고, 칼자루는 저 쪽으로 넘어간 거니까 일단 난 얌전히 처분을 기다리는 게 정상. 아 서른 먹어서 참 어른스러운 고민에 어른스러운 포스팅하고 있다… OTL 우린 글러먹은 놈들이라는 친구 말이 맞을지도 몰라.

덧. 정신분석틱하게 보자면 이건 유년기에 친구가 없었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나 친구 있었던가? 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친하게 지내다가 별 이유 없이-적어도 내가 알 수 있는 이유는 없었다.-나한테 화를 내고 등돌렸던 사람들이 좀 있기는 했다. 대충 떠올려도 서너 명 되는군. 국민학교1학년, 고등학교 2학년, 고등학교 3학년… 그럴 때는 끝까지 따라붙어서 이유를 캐물었지만 별로 성과는 좋지 않았다. 상황이 악화되면 악화되었지.

덧2. 이거 뭐… 생각해 보니 디버깅 하는 거랑 똑같이 인간관계를 해결하려고 하는구나. 나. ORL 프로그래밍도 못하면서 뭐 이런 안 좋은 것만 몸에 박혀 있는건지 … 상대가 단기기억상실증 환자가 아닌 바에야 TDD 방법론으로 사람을 사귈 수는 없잖아;;;

줄라이켄 사람들 쓰다 만 포스팅이 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