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

2008-10-26

그건 힘든 일이다. 내 경우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타인에게 나의 유용성을 입증함으로써 내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찾는 수단이 될지도 모르는 거고, 대상자에 대한 애정과 기타 여러 감정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지만, 여튼간에 도움을 주는 일-물론 내가 대상자에게 충분한 친애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경우-은 보통 즐겁다.

하지만 힘들다.

타이밍이 안 맞는 경우는 부지기수, 거기다 결국 도움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상대가 도움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고 말이지. 사실 세 번째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세 번째의 경우는 상대는 내 도움을 거절함으로써-그것이 자존심 때문이거나, 그 도움 뒤편에 깔려 있는 내 감정적 의도 때문이거나 상관없이- 스스로 일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며, 내 능력으로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면, 충분히 대신해서 도와줄 사람들이 있고, 또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상대가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조금 기다리면 도움을 요청해 올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처음과, 두 번째. 처음 같은 경우는 대부분 상대와 나의 거리감 때문이다. 내가 상대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거나, 상대가 나를 필요시 도와줄 수 있는 상대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 적절하지 못한 시기에 문제를 파악하게 되고, 그냥 안타까워 할 뿐이다. 이것도 생각해 보면 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내 가치관은 의외로 심각한 문제는 몇 되지 않는다.이고, 여튼 일이 이미 지나가고 나면 심적 부담은 적기 마련이다. 특히 남의 일인 바에야 더욱. 아무래도 자기 일이 아닌 경우에는 조금 더 냉철한 판단이 가능하다. 상대에 대한 적정수준의 친애의 정이 있다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도 충만하게 되고. 내 생각에는 이 경우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여튼 그건 그거고. 내 경우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세 번째. 나는 도와주려고 했는데, 문제를 더 크게 만들었다거나, 충분히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전혀 도움이 안 되었다거나, 이런 경우 문제가 된다. 이제 자책이 시작되고, 즐거운 기억이어야 할 것은 부끄러운 치부로 바뀌어버린다. 나 때문에 도움받을 기회를 날려버렸다거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되면 더욱. 여튼 삽질과 자책 그에 이어지는 자기합리화와 건망증에는 남부럽지 않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타공인 받은 바. 그냥저냥 살아가고는 있지만 여하튼 이런 새벽에는 돌리고 싶은 과거가 떠올라 슬프다.

여튼,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해야 하는 일을 하자. 도움을 요청하고, 도와주고, 사랑하고 살자. 우와… 교훈적이야.

Atopos 오늘은 낮잠을 7시간 자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