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보니 소련이 붕괴했다

2020-06-20

어느날 보니 소련이 붕괴했다. 그 정도에 지구공동설, 렙탈리언, 라엘리안, CIA 세뇌 병사, 꼬리를 끄는 공룡, 인간과 공룡 동시 생존설, 영국에 흔한 유령, 미국과 소련의 우주 전쟁, 튜브트레인, 백두산 소풍, 손목시계 전화, 그 전화를 받고 오는 자동차, 화성 콜로니, 숙제 해 주는 로봇이 소년의 꿈에서 사라졌다.

지금 그걸 얘기하고 있는 건 이미 죽은 미국 사람이랑 가끔 사기꾼으로 불리는 미국 사람, 예고편만 보고 지쳐서 떨어지게 만드는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돈 대줘서 만든 드라마 정도다.

다 미국 거긴 한데.

어쨌든 그 이후 21세기가 되기 전에 내 꿈에서 시인이 사라졌다. 왼손에 흑염룡인지 염살흑룡파인지 메드로아인지가 사라진 시기 정도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때쯤일거다. 40세 은퇴도 그쯤이지 싶다.

그래서 대망의 21세기가 되었는데, 세상은 손목시계로 전화를 할 수 있고, (최소 6개월 전에는, 그리고 코로나 백신과 비자만 나오면) 백두산 관광도 갈 수 있고, 금강산도 직접 가 보긴 했고(1만 2천봉은 모르겠지만), 숙제를 해 주는 로봇(…일단 Ctrl+V는 해야 하지만)도 있고, 공룡(수각류)과 인간은 공존하고 있고 수각류(치킨)는 맛있고, 지구 공동설은 뭐 그냥 땅 파면 되지 않을까 싶고, 우주 전쟁은 일단 예비군 끝났기도 하고 백인 금발 남성이 우주군 창설하는 걸 보니 뭐 신경 안 써도 될 거 같고, 튜브 트레인도 역시 돈 들이면 다 되고, 키트도 슬슬 가능하고(리부트 드라마는 망했지만), 화성 콜로니도 아마 죽기 전에 볼 수 있을거 같고, 네시가 없는 것도 슬슬 납득은 가고, 이미 바둑이건 체스건 인간이 기계를 못 이기고, 그 때는 지금 내 나이면 중학교 입학한 아이가 둘 쯤 있을 줄 알았는데(미래에 대한 작문에서 그것도 썼는데, 그시절 유행한 드라마 주인공 남매 이름을…) 그건 아니고, 소설도 어쨌든 써서 출판도 하고(시는 출판 못 했지만 안 한게 다행이기도 하고), 요즘 건프라는 색분할도 되어서 나오고, 윈도도 많이 좋아졌고… 40세 은퇴는 140세 사망 정도로 옮겨가고 있다.

세상은 생각보다 다르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즐거운 일이 많고 어쨌든 원하는 것은 돌아보면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일단 그냥 살아보자. 어느 날 보니 소련이 붕괴한 것처럼 세상은 바뀌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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