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하게 살기로 했다

2017-08-08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1년 반, 나 치고는 기록적으로 오래 다닌 거라고 볼 수도 있겠다. 욕심 때문에 도박에 가까운 프로젝트에만 몸을 담았고, 하나같이 실패했다. 남 탓고 하고, 내 탓도 했다. 마지막 한 달 정도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거의 일을 하지 않고 지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이, 내가 열심히 일 한 것이 프로젝트의 성패에는 좋지 못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두 배, 세 배 시간을 들이고 열심히 한다고 해서 느슨하게 일하는 상태보다 두 배, 세 배의 결과물을 낼 수는 없다. 그렇게 낼 수 있는 사람도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나는 안 되더라. 엄밀히 말하면, 느슨하게 있는데도 열심히 하던 때랑 큰 차이 없는-이 차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 들인 시간으로 따지자면 효율은 느슨하게 일하는 쪽이 더 높다. 그러니 이제 느슨하게 살기로 했다.

블로그 복구 프로그래머로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