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풀이용

2008-01-30

“닭 날개는 먹으면 안 돼. 바람핀대.”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그의 손에서 닭 날개를 빼앗아 들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바구니에서 닭 다리를 집어들었다. “다리도 안 돼. 도망간대.” 그제야 그의 얼굴에서 표정이 조금 드러났다. 희다기보단 납빛을 띈 얼굴에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굵은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하지만 입은 굳게 다물어진 채로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그는 그녀의 작은 입에 들어간 날개와 다리가 뼈가 되어 나오는 것을 보다가 아직 남아있는 닭의 다른 부위에 손을 뻗었다. 동류에 속하는 다른 종이라면 대지를 거부하고 창공을 갈망하기 위한 원동력이 되었을 테지만, 현실에 안주하다 노예가 되어버린 자에게 그 곳은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그저 천대받는 부위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그에게는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생명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무언가를 소비한다. 그 손이 고온의 기름에 튀겨진 곡물과 닭의 혼합체-보통은 프라이드 치킨이라고들 부르는-것에 닿기 직전에 작고 흰 손이 그 납빛 손을 찰싹 소리가 나게 쳤다. “안돼. 살 쪄.” 그의 이가 드러났다. 아주 조금. 눈썹은 아까보다 더 찌푸려지지는 않았지만, 굳게 닫힌 입이 열린 것 만으로도 전체적인 인상은 변했다. 조용히, 구석에 머물러있던 상자는 사실 시한폭탄이었고, 째깍이는 소리는 갈수록 커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작은 그녀는 순진 무구한 눈을 반짝이며 어린 포유동물 특유의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냥 이런 장면을 써 보고 싶었음. 뒤쪽도 있겠지만.. 뭐 다음에.

워드프레스를 업그레이드했다. 어쩐지 키보드 상태가 좋질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