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목적 - 전문계 고교? 헛소리.

2008-11-15

비약도 있고, 여러모로 논쟁거리가 있기도 하겠지만. 대학은 왜 가는가? 졸업할 때,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애쓰는가를 생각하면 답은 나온다. 취직하려고. 대학가려면? 고교 졸업, 우수한 수능성적 고교 줄업하려면? 중학교 졸업 중학교 졸업하려면? 초등학교 입학

목표와 선수 조건의 관계다.

대학이 교육기관의 종착지이자 최고위 유닛 정도의 위치를 가졌다고 보면, 그 목적이 다른 모든 목적을 지배한다고 봐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비약이 심한가? 하지만 당장 아무 고등학교나 가서, 수능에 나오지 않는 과목을 얼마나 성의있게 가르치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지 한 번 보자. 내가 다닐 때랑 고등학교는 다르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달라졌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 일단 사범대에 다니고 있고, 교사로서 활동하고 있는 선배들도 있고, 해서 여기저기 얘기를 들어봐도. 수능에 안 나오는 과목 수업은 적다. 그럼 교사도 대우가 적고 덜 뽑고… 는 다음 기회에. 여튼 그래서

교육의 목적은 출세, 교육의 목적은 출세다.

거꾸로 얘기하면, 출세하는데 교육이 필요없는 사회 구조라면 교육을 열성적으로 받으려는 사람은 지금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아주 옛날이라면 쌈질로 출세했을 테니 그런 연습을… 아 이것도 교육인가.

여튼 말하려는 건.

목적을 솔직하고 명확하게 하면, 마땅히 행해야 할 것이 나온다.

아이들이 말을 안 듣나? 취업을 원하는 아이들에게는 원하는 취업으로 가는 길을, 학업을 원하는 아이들에게는 원하는 학업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면.

말을 안 들을 래야 안 들을 수가 없다.

이건 선생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지. 원하는 걸 모두가 얻을 수는 없으니까. 사실 구조적인 문제가 더 커 보인다. 아무 생각 없이 만든 것 같은 교과서, 참고서, 지도서.

칼은 날카로워야 하고, 그러면 된다. 날 수 있고, 항온이고, 알을 낳는, 그런 걸 새라고 부른다. 나는 박쥐가 알을 낳으면 그건 새라고 부를 것이다. 유전자 따위, 알 게 뭐람.

선생이 인성을 함양해야 한다고? 웃기지 마라. 인성 같은 건. 선생 하나가 노력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글이나 말로 배운다고 될 것도 아니고. 그건 상황에 대한 반응의 학습. 고전적 조건화의 문제다. 그러니 세상이 평화롭고 다들 도덕적이면, 절로 많은 사람이 도덕적이 될 거다. 그리고 비도덕적인 행위에 대한 기준도 올라가겠지.

여튼 계속 얘기가 왔다갔다 하는데, 교육의 목적이 출세라는 관점에서. 출세가 의미하는 것은 많겠지만, 일단 잘먹고 잘사는 것을 최소 요건으로 한다고 보자.

그러면 다양한 인간이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이 다 잘사는 방법? 알 게 뭐야. 내가 잘 사는 방법도 모르겠는데.

여튼 확실한 건, 그러면 그런 능력을 가진 인간이 확실하게 할 수 있는 걸 가르쳐야 한다는 게 분명한데 말이지.

우와, 초반 얘기에서 완전 비약했어.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 여튼 교육이 출세(=잘 사는 것으로 치환)를 목적으로 하니까, 뭔가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줘야 하는데.

전문계 고교 커리큘럼을 보면 그냥 기도 차지 않는다.

애들한테 이걸 가르쳐서 뭐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3년간 일러스트레이터를 배우면, 바로 취업이 될 거라 생각해? 미대 나온 or 그림에 천부적 재능있는 사람이 1주일 배우고, 얘네들이랑 경쟁하면 누가 더 나은 결과물 낼 거라 보지? 일러스트레이터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거고, 그걸 배운다고 취업이 되는 게 아니야. 그 회사는 GIMP 쓰는 사람만 원하다면 어쩔 건데? 이건 다른 것에도 충분히 치환가능하지. 전문계 고교 살리기? 한 학교에 40억 투자? 미쳤군. 건물 짓고, 의자 바꾸고, 술마시고 놀 돈으로 커리큘럼이나 바꿔. 그 아이들은 여러가지 원인으로 인해, 중학교 교육에서 교육적 성취가 낮은 애들이라고 충분히 인문계 가고 일반대학 잘 갈 수 있는 애가 자기 꿈을 찾아 전문계에 왔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나도 옛날에 그러려고 했는데

리눅스 삽질기 - 2 - 오늘은 농업인의 날